죄책감에 휩싸여버린 탓에 주어진 시간을 통째로 꼴깍 먹어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사건에 대해 가진 유일한 죄책감을 지웠다. 애써 외쳐보는 애처로운 나의 의지는 정복 한 번 맛보지 못한 채 부서져 버렸다. 겁 없이 달려드는 용기와 무장해제되는 기재를 가져본 지가 언제였던가. 선택의 순간은 때가 되면 찾아오는데, 가야 하는 두 발은 ...
존재의 이유를 묻는 거창한 질문이 아니다. 하루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뭘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나 하는 걱정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 시간을 소비할 때가 있다. 나쁜 일들은 여전히 찾아오고 기분 좋을 일 또한 드물게, 그래도 찾아는 온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면 그뿐이다. 한때의 내가 사랑한 것들은 그것들이 온 세상 전부인 것처럼 그것만을 바라보고 살았지...
우리는 덧없는 울타리를 만들었지. 언젠가는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고도 안전하다 여기며 다듬고 보듬었어. 어쩌면 그곳에 홀로 남을 사람이 나일 걸 알면서도 나는 그 울타리를 더없이 사랑했어. 슬픔을 딛고 만난 첫 온기였거든. 내게 주어진 이 사랑에 기한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무한한 마음에도 기한이 지나면 상하는 법이더라. 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문을 닫게 되는 순간은 내 상처가 더 이상 쓰리지 않고 아물어 흉의 터만 남았을 때, 그즈음일 거라는 거다. 언제 그렇게 죽고 못 살았냐는 듯 괜찮아질 때가 온다. 내 사랑이 더 이상 인정 받지 못한다는 걸 한순간에 인정하게 되고, 꿈같던 우리의 시간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아질 때 비로소 나는 괜찮아졌다. 이따금 또 그리...
나도 이러기 싫어 하지만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 너는 나에게 전부였어 가끔 술에 취하면 네가 정말 보고 싶어 우린 가끔 나란히 누워 바보 같은 미래를 꿈꾸곤 했잖아 그때 나는 어쩌면 그게 깨질 거란 걸 알았는지도 몰라 나는 사탕발린 어떤 사랑스런 말도 듣지 못했어 끝내 당신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가 없네 내 사랑이 부담스러워서 떠난 사람에게 ...
오밤중 잠에서 깨 아주 느리게 몸을 늘렸다 꽉 쥔 두 주먹은 여전히 애를 쓰고 있다 손바닥에 새긴 네 개의 초승달 조각은 빛을 잃었다 고요한 이 시각 요동치는 유일한 건 내 그리움이어라 눈을 떠도 감아도 어둠이 내려앉은 속눈썹은 나비의 두 날개처럼 살랑인다 성큼 다가온 봄볕은 날 은근히 애태운다 다 알겠다 생각했던 것들은 결국 내 것이 될 수 없었고 맞잡은...
나는 하루에도 많은 말들을 쏟아내요.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매일이 똑같은 일상에, 변함 없는 사람들에, 비슷한 감정과 감각을 느껴도 매번 다른 말들과 다른 뉘앙스로 말을 할 수 있어요. 사랑을 느끼고 미움을 품을 채 흥얼거리고 춤을 춰요. 그대와 다양한 이야기로 많은 것을 나누고 싶어요. 내가 경험한 것들은 말로 전하고 그대가 느낀 것들을 말로 듣는 ...
가짜 말고 진짜를 원해. 진짜. 실제로 존재하고 내가 느끼고 만질 수 있는 것. 보이지도 않고 매번 확인해야 하는 것 말고 때로는 우수한 말솜씨로 때로는 화려한 폼으로 때로는 짙은 교감으로 때로는 고요한 공기로 요란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나는 진짜를 원해. 겉치레인 안부는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어 그러지말고 이리와 안아줘. 아릿하게 그리워진 온기가 아직...
난 한 치 앞을 봐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라 그려본 행복한 우리 모습 이젠 앞에 놓인 어려운 말들로 무거워진 우리 머뭇거림이 잦아진 바람에 자꾸 무너지는 걸요 다가갈 수 없는 당신의 곁에 선 나 좁힐 수 없는 당신과 나의 거리에 남은 건 초라해진 내 마음뿐 사랑은 마음을 쓰는 일인데 내게 쓴 마음이 없으니 나는 당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요 당신이 말하는...
이 기분으론 하루도 넘기기 힘들어 옥상에서 떨어지는 잿떨이를 바라보다 문득 부러워졌어 저리 다 내던지고 싶은데, 미련이 가득한 관계를 아직 정리 못했어 솔직해지고 싶은데 진짜 나를 알게 되면 모두가 날 정말로 떠나가 버릴까봐 두려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다들 날 알고 싶지 않아해 억지로 지은 행복한 얼굴이 날 보호해줄거라 생각했어 이젠 나의 추함을 감추기...
그댄 내가 어떤 사람 같나요 잘 모르시겠지만 나는 엉망이에요 내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말하지 않은 것도 그대를 속이게 되는 건가요 어둠이 내려앉은 밤 위에 새하얀 것이 덮이는 것을 구경하다가 지나친 꼬리잡기를 시작했어요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다정한 말을 던지는 입술에 취하는 순간들 감히 행복하다고 말해도 될까요 내가 감히 먹어도 되는...
내가 죽으면 내 장례식에는 누가 올까 장례식에 오는 사람들이 나와 친한 이들 일까 와서 다들 뭐라고 할까 어떤 생각들을 할까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거짓말과 진실을 구분하고 진심의 마음을 알게 되겠지 결국 내가 죽어야 받게 될 사과 또한 있겠지 어떤 한 친구는 자살을 한 친구의 장례식에는 가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자살을 하...
온 세상에 진하게 입맞추고 싶어 매 순간 사랑의 눈으로 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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